베어백 감독의 수비 전술 변화에 비판이나 비난이 많다. 희동구 형도 실패했고 아동복 형도 우리나라 국가대표축구단에 수비수 4명을 세우는 전술(이하 4백)을 실패했고, 그 옆에서 그 과정을 뻔히 봤으면서 왜 계속 4백을 시도하느냐는 것이다.
베어백의 4백에 대한 의지는 이미 오래 전에(?) 밝혔다.
* 조이뉴스21 :
베어벡 감독, "오른쪽 풀백 차두리 주목하겠다"이게 왜 그렇게 말이 연결되는지 알려면 4백 전술을 이해해야 한다.
4백은 3백보다 공격성이 더 짙은 전술이다. 수비수를 한 명 더 두는데 어째서 3백보다 4백의 공격성이 더 강하느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는데, 공격 주도권을 계속 우리가 쥐고 있다면 3백이 좀 더 공격성이 강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지간한 전력 차이가 아닌 이상 공은 이쪽 진영 저쪽 진영으로 왔다 갔다한다.
공을 우리 수비 진영에 있다가 상대방 진영으로 빠르게 보내는 전술, 즉 역습의 생명은 속도와 2선 침투이다. 우선 발이 빠르고 몸 싸움에서 쉽게 지지 않는 공격수가 앞으로 치고 달린다. 공 정확하게 잘 차고 시야 넓은 수비수나 중앙수가 공을 길게 넣어주거나 낮고 빠르게 찔러준다. 발 빠른 공격수가 이 공을 몰고 가 득점을 하면 좋지만 최후방 수비수가 달라붙거나 수문장이 달려들어 공을 찰 각을 줄이면 역습 실패 확률이 커진다. 이걸 방지하려면 실패했을 때 뒤따라온 공격수가 마무리 지어주면 되는데 이것도 불안하다. 그만큼 혼전 상황인데다 급박해서 실수하기 쉽기 때문이다. 더 좋은 방법은 2선 침투자가 있어서 수비수와 수문장이 어떤 선수를 막아야 할 지 혼란스러운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비 진형이 벌어져 득점하기 편해진다. 브라질의 공격력이 높은 것은 바로 이런 공격 전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브라질 선수는 수비수일지라도 다른 나라의 어지간한 공격수보다 공격력이 더 좋다)
3백은 역습 전술을 펼치는데 불리하다. 지단이나 피구, 베컴같은 공 배급 능려이 뛰어나거나 중앙 선수들의 힘과 기술이 매우 뛰어나다면 이 말도 틀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을 보유한 나라는 전세계 200여개 국 중 몇 곳 안된다. 히딩크의 황태자라 할 수 있는 고종수가 히딩크 사단에서 하차하면서 히딩크는 철저히 공 배급 역할을 할 선수를 배제했다. 윤정환 선수가 있었으나 힘과 체력, 속도가 히딩크식 토탈 사커(Total Soccer)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는지 2002 월드컵 내내 단 한 번도 기용하지 않을 정도였다. 최중심부라 할 수 있는 뛰어난 공 배급 선수가 없다면, 선수 10명이 그 역할을 나눠하도록 하는 것. 체력 소모가 극심해서 월드컵처럼 일정 기간 동안 숨가쁘게 진행해야 하는 대회 방식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나라의 한계였는걸.
4백 전술은 3백이 가진 한계를 보완한 전술이다.
자, 역습 상황이라고 가정하자. 조재진처럼 공중 공 제어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있다고 해도 앞만 바라보며 냅다 달리는 우리측 공격수 뒤통수를 향해 공을 길게 넣어주기 어렵다. 물론, 독일은 이걸 잘해서 2002 월드컵때 준우승을 했다만, 이거 아무나 할 수 있는 전술이 아니다. 아무나 할 수 없으니 안전한 방법으로 공을 빨리 공격수에게 넘어가야 한다. 바로 중앙 선수들이 상대편 선수의 시선과 발을 끌고, 수비수가 빠르게 2선 침투하는 것이다. 말로 잘 상상이 안갈 수 있는데 단계별로 보자.
1. 수비수 --> 중앙수에게 연결
2. 상대 선수, 중앙수에게 달려듬.
3. 수비수, 중앙 혼전을 무시하고 경기장 옆선을 타고 2선 침투.
4. 중앙수, 끝끝내 공 뺏기지 않고 버텨주다 수비수나 공격수에게 연결.
5. 상대 수비수는 공을 가진 선수에게 달려들면, 때를 봐서 슛을 하거나 공을 가지지 않은 우리 선수에게 공 연결.
프랑스는 이 전술을 기가 막히게 잘한다. 좌, 우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3백은 위와 같은 전술을 하기 어렵다. 3명 중 한 명이 역습을 위해 2선 침투, 즉 공격에 가담하고 있는데 중앙수가 공을 뺏기면, 순간 우리 수비수는 달랑 2명이 된다. 역습을 시도하다 다시 공을 뺏기면 상대 공격수는 못해도 3~4명인데 우리 수비수는 고작 2명. 거의 십 중 팔구는 실점이다. 2명인 경우, 좌, 우, 중앙 모두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공이 있는 한 쪽 방향만 맡아야 한다. 두 명이서 말이다. 만일 한 명이 뚫리면 다른 한 명이 공을 끊어야 한다. 선 수비와 최종 수비 역할을 나눌 수 밖에 없다. 이걸 홍명보 선수가 했다. 그런데 부딪히는 척 하고 공을 좌나 우로 연결하면? 그때는 수문장이 맡아야 하는데, 사실상 실점이다.
그에 반해 4백은 역습을 실패해도 당장 남아있는 수비수는 무려 3명이다. 3명이 되면 한 명은 침투해오는 2선 침투자나 공을 가진 공격수를 보좌할 공격수를 담당할 수 있다. 이게 무슨 뜻인가하면, 두 명은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공을 가진 공격수들을 막고, 나머지 한 명은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지역의 공격수에게 달려들어 공을 쉽게 넘겨받지 못하거나 설령 넘겨받아도 대놓고 슛을 하지 못하게 각을 줄여줄 수 있다.
이런 수비 안정성 때문에 3백은 4백에 비해 역습하기 좋지 않다. 정확히 말하자면, 3백으로 역습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역습할 때 쓸만한 공격 전술이 몇 개 안된다. 길고 높게 차서 공격수가 잘 받아내어 공격하는, 일명 뻥 축구가 그 대표이다. 하지만, 4백은 수비수가 2선 침투를 하며 역습을 할 수도 있고, 길게 연결해줄 수도 있다. 선택할 수 있는 전술의 폭이 더 넓다. 그만큼 역습 당하는 입장에서 수비 진형을 갖추기 까다롭다.
자, 이렇게 4백의 공격력에 대해 알아봤다. 그럼 자연스레 4백에서 좌우 끝에 있는 수비수의 역할과 조건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강한 체력과 돌파 능력이다. 2006 월드컵까지 이 역할을 누가 했냐하면 이영표와 송종국이다. 일명 좌영표 우종국이라 불리우는 수비형 중앙 선수진. 최후방 수비는 아니고, 분명 중앙수인데 수비 역할에 좀 더 치중하는 형태이다. 왜? 3백이었거든.
이 두 선수의 체력과 수비력, 그리고 기술은 아주 좋다. 단점은 느리다는 것. 이영표는 자신의 느린 발을 보완하기 위해 속임 기술(일명 헛다리 기술)과 연기력(반칙 당했을 때 정말 사람 잡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장되게 연기하고, 이 연기력 덕에 2002 월드컵 당시 포르투갈 선수에게 노란 종이 먹여 퇴장시켰다. 동영상 구해서 느리게 보시라. 얄미울 정도다)을 갈고 닦았다. 송종국은 정확한 공 연결과 기회다 싶으면 슛을 날려 득점할 수 있는 힘을 갖췄다. 문제는 이 두 선수가 설기현과 이천수를 보좌하며 따라잡을 수 있는 빠른 발을 갖지 못한 것이다. 물론, 그 간격을 메꾸고 채우고 있는 선수가 박지성이다. 하지만, 2006 월드컵에서 보다시피 박지성 견제는 아주 심하다. 그래서 안정환이 필요한 것이다. 안정환이 과거 황선홍 선수가 그랬던 것처럼 상대 수비수를 달고 다니는 Shadow Striker 역할을 정말 아주 잘 하기 때문이다.
어쨌건, 이영표와 송종국이 4백의 공격력으로 힘을 쓰기엔 무리가 있다. 좀 더 빠르고 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이쯤되면 누군지 떠오를 것이다. 맞다. 바로 차두리다. 물론, 설기현과 이천수도 있다. 하지만, 차두리는 설기현의 투박함을 갖고 있지만 공 보관(Keeping)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고, 이천수보다 좋은 빠르기와 체격을 갖고 있지만 깔끔함과 섬세함이 없다. 좋은 조건을 갖춘 선수지만 공격수로는 솔직한 말로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공격수의 경험을 살려 수비수의 능력을 키운다면 공격수보다 수비수로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차두리가 수비수로서 능력을 좀 더 갖춘다면 우리나라에 적용하려다 4년 넘게 실패해온 4백 전술을 입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4백을 좀 더 안정되게 구사할 수 있게 되면 김남일을 공격형 중앙수로 내보내도 마음을 놓을 수 있고, 김남일 본인에게도 더 잘 맞는 자리이다(김남일은 저 멀리 공격수에게 공을 정확하게 보낼 수 있는 시야와 정확함, 힘을 갖고 있으며, 여차하면 중앙에서 상대 선수를 끊어주거나 슬쩍 공을 뺏는(진공 청소기처럼 흡입하는) 수비력을 갖고 있다. 수비 진영에서 상대 공격수를 자빠뜨리거나 낚아채면 Yellow card지만, 중앙에서 그리하면 주의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이영표가 차두리에게 수비수로 좋은 능력과 조건을 갖췄다며 지지하는 말을 한 것도 이런 이유이다.
수비수로 자리를 옮긴 지 얼마 안된데다 수비수가 꼭 갖춰야 할 섬세한 면이 아직 부족해서 좋은 수비를 하고 있진 않지만, 난 수비수로서 차두리를 많이 기대하고 있다. 잘 넘어지고 개발인데다 상대 편에게 역습 기회 만들어주는데 최고의 능력을 가져서 욕 무진장 먹던 박지성도 계속되는 5:0 패배 속에서 갈고 닦여져 마침내 지금에 이르렀다(교토 퍼플 상가 소속 초기, 히딩크 사단 초기일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몇 년 차이인데도 정말 같은 선수인가? 싶을 정도이다). 차두리도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요즘 어딘가에서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4백 전술은 차두리만 믿고 갔으면 좋겠다.
Posted by 한날